[환경과조경] 국립세종도서관

National Library of Korea, Sejong

조경설계 이화원 / 글 김이식
환경과조경 lak 341호 2016.09.
https://www.lak.co.kr/greenn/view.php?id=473&cid=64137

행복도서관, 그 첫 장을 열다

세종시의 호수공원에서 바라보면, 하얀 종이 한 장이 사뿐히 내려앉은 듯한 자태의 건물이 있다. 바로 2013년 말에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이다. 설계가 진행되던 2009년에는 일명 ‘행복도서관’으로 불리던 프로젝트다. 건물의 곡선은 한국적이기도 하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설계 당시 도서관은 아날로그 형태로 디지털을 수용하고, 감성까지 담는 감성 도서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우리는 세종구립도서관을 세종시의 도시 브랜드와 정체성이 구현된 상징적 아이콘이자, 내외부가 연결되는 소통의 장으로서 사람과 정보가 상호 교류하는 체험 도서관으로 만들고자 했다.

대지의 기억과 풍경을 담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중심행정타운의 도시축, 즉 세종시 중앙녹지공원으로 연결되는 상징적인 축에 있다. 이곳은 호수 변을 따라 자리한 대통령기록관, 정부세종컨벤션센터 등으로 이루어진 도시 문화 밴드 상에 있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공시설의 외부공간을 연계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았다. 세종시가 계획되기 전의 모습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옛 길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솔숲이 있는 언덕과 작은 연못을 설계에 반영했다. 또한 건축 설계팀과 협업해 건물의 매스를 들어 올려 건물과 지표면의 접점을 최소화했다. 이로 인해 외부 공간은 더 넓어지고 건물은 더 경쾌한 느낌을 갖게 됐다.

도서관의 정원에서 책을 보다

건물을 중심으로 외부 공간을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했다. 건물의 서측은 이용자들의 이동이 가장 빈번한 곳으로 도시적인 광장으로 조성했다. 북측에는 옛 기억을 되살리는 솔숲 동산을 조성해 친환경 주차장을 만들었다. 남측에는 통경축을 두어 호수로의 조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보행축을 마련했다. 이곳에는 ‘책의 정원’이라는 테마를 적용했는데, 도시와 자연이 소통하고 이용자는 산책로 주변의 녹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의 전면부인 동측에는 호수와 연계된 주제정원이 조성됐다. 어린이 열람실 가까이에는 친환경 놀이터인 키즈가든이 조성되었으며, 야생화정원의 거울연못과 초화원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사용된다.

중심광장

중심광장 E-brary Plaza은 도서관 서측에 조성된 선형 광장으로서 공개공지이며 행사와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계획됐다. 동서 방향의 포장패턴과 단순한 형태의 띠 녹지가 건물의 입면을 강조한다.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출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만을 계획했는데, 곳곳에 조형 마운드를 조성해 단조롭지 않은 공간이 되도록 했다.

책의 정원

남측에 조성된 책의 정원은 중심행정타운과 호수를 연결하는 녹지다. 완만한 경사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외부 공간이다. 남측 출구와 연계된 이벤트그린은 중소규모의 다양한 행사를 위한 공간이다. 산책로는 부정형의 현무암으로 포장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안정감을 주도록 계획했다. 보행축을 따라 조성된 대형 셸터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 시설로 작동한다.

어린이정원과 야생화정원

동측에 마련된 주제정원은 키즈가든과 야생화정원으로 이루어진 어린이와 가족 중심의 공간이다. 도서관의 지하 1층에는 어린이 열람실이 있는데, 이곳과 연계되는 지점에 키즈가든을 계획했다. 그 옆으로는 수공간을 중심으로 한 야생화정원이 조성됐는데, 호수공원과는 달리 도시적이며 간결한 형태다. 거울연못의 수면에는 건물이 투영되며, 수생 비오톱과 정화 습지를 연계해 조성했다.

공공의 정원을 꿈꾸며

국립세종도서관은 세종 시민을 위한 단순한 공공시설이 아니다. 세종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며 감성의 도서관이다. 건물의 내외부가 모두 도서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변 환경과 호흡하며 소통한다. 계획 초기 단계부터 외부 공간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된 프로젝트였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많은 공공시설과 공공 건축물이 그 나름의 자태와 위용을 뽐내지만, 이용자에게 사랑받고 그들의 삶을 담아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원이 화두가 되는 이 시점에서, 국립세종도서관과 같은 공공의 정원이 더욱 많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